908 봉평축제 +야생화원

 

새벽 0615시에 일산 집을 출발하여 송추를 둘러 중부선 이천 휴게소에서 30분 남짓 쉬며 우동 한 그릇 먹고 줄곧 달렸는데도 오대산 아래 한국 야생화 식물원에 도착하여 보니 10시다. 3시간 운전의 피로가 가을의 전령 쑥부쟁이의 해맑은 모습으로 말끔히 씻긴다.


오마이산! 하림이를 품에 안고서 마냥 즐거운 아빠. 남들은 자식이 뭐길래 저리 좋을까?하겠지만 하림이와 난 짝짜궁이 잘 맞는게 몇가지 있다. 부메랑 던지기, 장기두기, 모형 비행기 만들기, 고봉산 등산(단 호수공원은 하도 자주 가서 이젠 하림이가 싫증을 낸다.) 대조영 시청하기, 라면(혹은 누룬밥) 같이 먹기(아빠가 다른 음식은 할 줄 모른다).. 하림이 왈 울 아빠가 게임만 할 줄 알면 진짜 천잰데..





억새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들거리고.. 아! 가을인가!

 


흔하디 흔하여 잡초로 여기는 여뀌가 군락을 이루니 이토록 아름다운 꽃밭이 된다. 우리 가족이 여뀌를 닯았나 잘 잘 어울린다. 그래 덜도 더도 말고 여뀌 같은 강한 생명력으로 이 풍진 세상을 헤쳐가려므나 내 아들 딸들아!

 


가족이란 함께 어우러지면 이리 좋은데.. 일상의 와중에는 모두들 정말 바쁘다. 어떤 때는 서로 얼굴보기 조차 어렵다. 생활리듬이 달라서 아내는 아침밥을 세 번 차릴 때도 있다고 한다. 하긴 나도 식구들 잠든 새벽에 출근하여 하림이 잠든 저녁에 퇴근한 적이 종종 있지 않은가. 민정이도 대학생이 되고 나서 모임이 잦아지니 늦기가 일쑤고 종일 다망한 아내는 아내대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 식탁을 물리기가 무섭게 곤한 몸을 눕히거나 좋아하는 드라마에 빠져든다.

 

그러다 보니 가족의 대화는 저녁식사 중 잠간이고 이후는 저 좋은대로 뿔뿔이 노닐다가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다. 운동 안하는 우리집 여자들 아내와 민정이를 저녁산책이란 명목으로 몇 차례 호수공원으로 몰고 다니기도 했지만 날이 쌀쌀하고 짧아지니 그 또한 쉽지않다.

 

인간 행복의 최대의 적이 분주함과 피곤함이라 했던가. 이젠 생활을 최대한 단순화 하여 시간과 기운을 벌어야 할 때다.


간만에 보는 그대의 참 편한 모습이다. 그 마음 그대로 안고 사시길

그대랑 자연 속에서 펼칠 우리의 꿈이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하오.

이 길은 걷기가 아까워 야금야금 걸었다. 이 길을 걷고싶어 여기 온다고 할만큼 정감 있는 길이다. 그저 길 가운데 벌렁 누워 하늘을 쳐다봐도 참 좋겠다.

벌개미취 지천으로 만발한 꽃밭 길을 우리 가족만 뎅그라니 걷고 있다. 아직 서울 서 오기엔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없다. 여기 오면 생각할 여백이 있어 좋다. 그냥 거닐면서 야생화 실컷 보고 청량한 공기 폐부 깊숙이 들이키며 동행한 이에게 가슴으로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이게 무슨 꽃? 하림이에겐 패랭이꽃이라고 얼버무렸지만 알쏭달쏭하다. 정확한 이름을 찾아봐야겠다. 꽃이름이야 어찌되었든 가을을 일깨우는 내공이 있는 꽃임에는 분명하다.

 


가을남자 하림이란 이름을 붙여본다. 아직 앳된 모습이지만 요즈음은 훌쩍 키가 자라 머시매 티가 난다. 가을 꽃들을 아우르고 선 배경이 하도 좋아 여자들 사진을 찍어 주려고 했지만 민정이와 지 엄마는 팔짱을 끼고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아까부터 지들끼리 속삭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건 싸리꽃인데 아침 햇살을 받아 이슬처럼 반짝인다. 하림이와 새벽에 둔내 통나무집 뒷산을 올랐을 때 하림이에게 꽃이름 가르쳐주며 기념으로 찰깍.

 

앵무새를 그린 그림인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이건 온통 색색이 꽃잎으로 붙여서 만든 작품이다. 아! 꽃잎으로 이렇게 훌륭한 그림을 그릴수가야생화원 커피숍 벽에 붙어 있었다.

참새 방앗간 운두령 송어집에서 점심을 먹고 봉평 축제장으로 향했다. 예의 유명한 메밀꽃이 하얗게 절정을 이루고 있다. 하얀 메밀꽃밭 사이로 오솔길을 내어 당나귀와 우마차가 다닌다. 아이들 줄이 길게 늘어 썼는데 제 누나가 하림이를 데리고 나가 방울소리 울리는 당나귀를 태워주고 왔다. 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이토록 훌륭하게 상품화 될줄은

 

장터의 하림이 굴렁쇠 굴리며 신이 났다. 옛날의 전통장터가 여기 봉평만큼 훌륭히 재현된 곳도 없다. 민정이도 공연보는 부모를 떠나 하림이랑 장터 속으로 사라졌는데 저희들끼리 떡메도 치고, 투호도 하고 노느라고 정신이 없다. 우리의 전통 축제를 되살렸다는 점에서도 이 봉평축제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못난이 가족의 집으로는 이 단칸 초가가 잘도 어울린다. 이런 집에서 알콩달콩 사는게 내 꿈인데 아내는 좀 물이 들어 가는데 아이들은 질색을 하니 그 간격을 어찌 메울꺼나

 


야생화원에 있는 운치교(내가 작명함)이다. 하림이는 이 다리가 마음에 드는지 홀로 서너 차례는 다람쥐처럼 넘나들었을 것이다.

 


밤의 장터거리, 밤의 장터의 운치가 더욱 일품이고 공연도 무르익어가는데 우리 식구들이 많이 지쳤다. 아침잠 많은 식구가 새벽부터 설친 까닭이다. 아쉽지만 우리의 보금자리 둔내 통나무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by 초현달 | 2007/09/11 16:14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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